[전문가 포럼] '규제 50% 폐지' 공약하는 후보 없나

입력 2017-03-15 17:41  

정권마다 내걸었던 규제개혁, 체감도는 '0'
조기대선에 '큰정부' '규제강화' 공약 난무
진정으로 '적폐' 청산해 성장 도울 후보 없나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조기 대선을 맞아 후보마다 본격적으로 공약을 내걸기 시작했다. 퍼주기식 공약도 많고, 재벌개혁이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 강화 공약도 많다. 이념적으로만 본다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규제개혁에 더 적극적일 것 같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 제거와 같은 상징과 비유를 내세우면서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 기업과 국민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제로 수준이다.

한국에서 획기적인 규제개혁은 20여년 전 진보정권에서 이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특수사정이 있긴 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1998년 한 해 동안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 건수의 50%를 폐지했다. 그때 공무원들은 김대중 정부의 ‘규제 건수 50% 폐지’ 방침이 “진짜 문자 그대로 건수의 50%를 폐지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 폐지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열심히 규제개혁하라는 것인지” 의문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1998년 말에 접어들면서 확실하게 등록 규제 ‘건수’의 50% 폐지로 정리돼 실제로 규제 건수의 50%가 폐지됐다. 당시 건설교통부 소관 규제는 총 917건 중 461건(50.3%)이 폐지됐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국토교통부 소관 규제 건수를 다시 헤아려봤다. 국토부 소관 법률은 총 99개다. 법률 아래에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 행정규칙 등에 근거한 규제개혁위원회 등록 국토부 소관 규제 법령의 조문은 1만742개나 된다. 이처럼 규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정치권도 큰 역할을 했다. 건설 관련 법령의 입법 발의 건수만 봐도 그렇다. 15대 국회와 16대 국회에서 각각 35건, 33건에 지나지 않은 것이 17대 국회에서는 187건으로 늘었다. 이후 18대 국회에서는 300건, 19대 국회에서는 445건으로 폭증했다. 입법 발의된 법률이 무조건 통과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의원마다 입법 발의 건수가 무슨 의정활동의 큰 실적이나 되는 양 자랑하기 바쁘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이해관계 집단마다 상충되는 이익의 제도적 반영을 위해 국회를 겨냥한 로비가 치열했던 탓도 있고, 선거 때마다 득표전략의 일환으로 규제 강화를 외쳐온 탓도 클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도 대선 후보와 정당들이 내거는 공약은 큰 정부를 만들고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포퓰리즘이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부 후보의 공약대로 공무원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고 치자. 규제는 더 늘어나고 민간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대개 규제와 연관된 일이고, 민간에 위탁하던 일까지 빼앗아 공공에서 수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마다 ‘적폐’ 청산 운운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1998년에 규제를 50% 폐지한 이후 20여년간 쌓인 ‘규제 적폐’ 청산도 차기 정부 개혁과제로 포함해야 한다. 실행방법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규제를 한 건 한 건 심사해 완화와 폐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규제법령의 통폐합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86년 7개 개별산업(기계, 전자, 섬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지원법을 ‘공업발전법’으로 통폐합하면서 140여개에 달하던 규제조항을 10분의 1인 14개로 축소한 사례도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건설산업통합법’(가칭) 제정을 통해 복잡다기한 법령을 통폐합해 획기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의지가 없는 게 문제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의 75% 이상을 완화 내지 폐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1월 말에는 규제를 1건 신설할 때 2건을 폐지하겠다(one in, two out)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또 금융·환경·항공 등 규제기관의 수장 자리에는 대표적인 반(反)규제 인사들을 대거 임명했다. 이처럼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규제가 일자리를 죽이고, 미국 기업을 밖으로 내쫓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도한 규제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번 대선에서 20년 만에 또다시 ‘규제 50% 폐지’를 공약하고 실천할 후보는 없는가.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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